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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의 이해-문진표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문진표에 기재하지 않은 케이스

45세 여자 수진자인 이 씨는 6개월 전 갑상선암으로수술을 받고 현재 통원 치료 중에 있다. 수술 후에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문진표에 이를 기재하지 않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후에 갑상선 검사 결과에 이상을 통보 받고 내분비내과 진료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수술을 집도한 후 갑상선 호르몬을 처방한 주치의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 병원을 바꿀까 고민하다가 불만이라도 제기할 목적으로 외래 진료 시간에 “갑상선 호르몬 용량” 이 과다해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생겼다”고 항의했다. 사실 이는 갑상선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일부러 약간의 갑상선 기능을 높인 것이었다. 주치의는 이에 대해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고 나중에 이 씨는 잘 알지도 못하고 항의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과 같은 기능 이상은 매우 흔하고이를 치료받는 사람들이 근래 많아졌다. 실제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나왔지만 자세히 보면 예전보다 많이 호전되었고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경우에 이러한 병력을 표시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위암 수술 사실을 문진표에 기재하지 않은 케이스

비슷한 사례로써 50세의 남자 수진자 박 씨는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진단되어 자세한 원인 파악 및 추가 검사 등을 위해 가정의학과 또는 혈액종양내과로 진료 안내를 받았다.남자의 빈혈은 여자와 달리 드물게 나타나며 위장관 출혈이나 악성종양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박 씨는수년 전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위암 수술 후에는 빈혈이자주 생길 수 있어서 문진표에 병력을 잘 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40〜50대에서 급증하고 있는 심근경색의 경우 기본 검진으로 진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증상의 특징이 중요하다. 이러한 증상에 대한 언급 없이 대학병원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판정받은 지 일주일 만에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위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보았듯이 문진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려는 수진자와 의료진에 있어서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본원의 문진표를 잘 활용하면 질병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상태, 영양, 운동,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에 대한 평가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문진표의 정보들은 질병 자체를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 : 박찬흔(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서울 건진센터 교수)